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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해외문학상 수상자 발표…캘리포니아 전희진 시인 선정

재미시인협회(회장 고광이)와 옥천문화원이 주관하는 제3회 정지용 해외문학상 수상자로 패서디나에 거주하는 전희진(사진)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귀가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집’이다.     ‘귀가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집’은 노년기로 접어드는 부부의 일상을 놀랍도록 섬세한 관찰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번 문학상 심사위원은 장석남 시인, 이형권 평론가, 홍용희 평론가, 심사평은 장석남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단은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은 각각 독특하고 풍부한 감성, 사유의 깊이를 담고 있어 선택이 쉽지 않았다”며 “작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깊은 울림을 제공하고 다양한 삶의 경험, 사회적 문제, 개인의 내면 탐구 등을 시적 언어로 섬세하게 풀어내며 각기 다른 강점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장석남 시인은 심사평에서 “수상작 ‘귀가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집’ 외 7편의 작품들 모두 다양한 시, 공간의 진폭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전희진 시인의 두 번째 작품인 ‘홀리 훌리’는 이민자의 발음, 즉 ‘F’ 발음을 통해 이국에서의 소외, 혹은 고독을 응시한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자의 작품들이 시 창작을 위한 확실한 문제 의식과 삶에 대한 통찰력, 언어와 형식의 명확한 짜임새 등을 충실히 갖추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한인 작가로서의 디아스포라 의식과 동시대인으로서의 시대감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평했다.     전희진 시인은 1973년 미국으로 이민와 UC산타바버라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했다. FIDM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며 피콕 어워드를 수상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시와정신’에서 시로 등단했다.     시집 ‘로사네 집의 내력’,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나는 낯선 풍경 속으로 밀려가지 않는다’ 외 전자 시집 ‘불안의 무렵’ 등이 있다.     재외동포문학상, 시와정신문학상, 미주문학상 수상하고 재미시인협회, 미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상식은 5월 18일 충북 옥천군에서 열리는 제 37회 지용제에서 진행된다. 이은영 기자해외문학상 캘리포니아 정지용 해외문학상 재미시인협회 미주문인협회 장석남 시인

2024-04-21

[시로 읽는 삶]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장석남 시인의 ‘옛 노트에서’부분       앵두나무는 장미목과의 낙엽 활엽관목으로 분홍색 혹은 흰색의 꽃이 피고 열매는 오뉴월 익는다. 앵두꽃의 꽃말은 ‘수줍음’이다. 가지에 빨간색 열매가 오종종히 달린다. 예전에는 울 밑에나 우물가 옆에 흔하던 나무인데 우물도 사라지고 울 밑도 귀해져서인지 요즘은 전보다 만나기 쉽지 않다.   아파트 현관 옆에 앵두가 익어가고 있다. 젊은 여자 둘이 깨금발을 하고 앵두를 몇 알 따서 손바닥 위에 놓고 즐겁게 재잘거린다. 한 알을 입에 물더니 “앵두가 익을 무렵 뭐 그런 시가 있잖아.” 한 여자가 말하자 “맞아, 맞아, 찾아보자”하며 얼른 휴대폰을 켜 검색을 한다. 문화센터에서 시를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둘 사이가 한 편의 시 같다.   그 모습이 친근하고 정겨워 나도 앵두 몇 알을 따서 입 안에 넣어본다. 시의 힘이란 놀랍다. 시가 준 이미지의 확장은 사물의 본체까지도 확장해 놓는다. 앵두는 맛으로 음미하기보다 그리움으로 느껴야 제맛을 알게 되는 듯 생각되니 말이다. 이 시가 발표된 지도 꽤 오래전인데 여전히 앵두를 보면 맘이 아리다.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이란 구절에서 울컥해지던 사십 대가 스멀스멀 몰려온다.     누구나 리즈시절이라고 할 만한 생의 한때가 있었다. 황금기는 못되었을지라도 젊음의 피가 원활하게 돌던 때는 무수한 빛들에 휘감겼다. 무한 상속되어 허투루 써도 되는 것 같아 낭비인 줄도 모르고 써대던 시간이나 마음의 뒤란에서 수런거리며 부유하던 열망이 솟구치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을 보내고 그리움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때, 아무렇지도 않은 때가 앵두가 익을 무렵이라니.     미래라는 아득한 헛것에 취해 무작정 걷던 길 위에서 마주치던 인연들, 그것은 사람이 되었건 장소가 되었건 다 그리움으로 남아 갈대처럼 서걱댄다. 시간을 견딘다는 말에는 쓸쓸한 권태가 남아 있지만 그 견딤의 시간 안에는 ‘간신히’라는 다행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열매가 빨갛게 익어 있기도 하다.   그렇게 간신히 너를 잊고, 그 시간을 잊고, 그 장소를 잊을 수 있게 될 무렵이 앵두가 익을 무렵이더라는 시인의 성찰은 눈부시면서도 측은하다. 그리움이란 어딘가에서 발원하여 어딘가로 흘러간 흔적들, 남겨진 날들에 볼모로 남아 줄기차게 가슴을 훑는 후폭풍이지만 살아온 날들이, 살아온 날들만이 남길 수 있는 선물이기도 하다.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기를 보낸 곳에는 그 과정이 떨 군 먼지조차도 다 그리움으로 남는다. 더군다나 오랜 타국생활로 그리움에 중독되어 있다 돌아와 보면 낯익음 속에 깃든 낯섦도 별나고 반갑다. 고향에서는 좀체 저항할 수 없는 지존 앞에서처럼 몸이 낮아지기도 한다.   유채꽃이 진 자리 옆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는 코스모스, 자두가 익어가는 과수원 길, 한옥 흙 마당 싸리비질 자국, 초등학교 앞 문방구, 쓰던 가전제품을 산다는 한낮의 소음까지도 다 그리움의 프레임 안으로 모여들어 숨을 고르게 된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앵두가 남아 갈대 장석남 시인 빨간색 열매

2023-06-20

[시로 읽는 삶] 궁리가 깊어지는 부엌

늦은 밤에 뭘 생각하다가 답답해지면 제일로 가볼 만한 곳은 역시 부엌밖에 달리 없지./ 커피를 마시자고 조용조용히 덜그럭대는 그 소리는 방금 내가 생각하다 놔둔 시詩같고,(오 시詩 같고)/(…) 매일매일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고요의 이 반질반질한 빛들을 나는 사진으로라도 찍어볼까? 가스레인지 위의 파란 불꽃은 어디에 꽂아두고 싶도록 어여쁘기도 하여라.   장석남 시인의 ‘부엌’ 부분   매일매일 식구들의 먹을 것을 만들어 내는 부엌. 날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때로 빵이 구워지기도 하는 부엌은 예부터 성스러운 장소였다. 조상들은 부엌을 관장하는 신을 조왕신이라고 했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짓던 예전의 어머니들은 부뚜막을 아주 신성시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남을 험담하지 않아야 하고 부뚜막에 걸터앉거나 함부로 발을 디디지 못하게 했다. 늘 정갈하게 닦고 깨끗하게 관리했다. 밥을 풀 때 첫 주걱의 밥을 부뚜막에 놓는 습관은 부엌의 신을 존중하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엌은 여자들에게 노동이 강요되는 장소였다.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엌일은 그 경중의 여하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때 부엌이 족쇄라고 생각된 적이 있다. 세 아이의 밥을 책임져야 하는 어미로서 부엌은 피할 수 없는 노역의 장소라고 생각되어 부엌에서 탈출할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부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만을 기다렸다.   부엌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에 배타적이기도 하고 한 인간이 희생양이 되어야 순조로워지는 세상사가 부조리하다고 생각되어 억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시간도 잠깐, 아이들은 커서 떠나가고 나의 부엌은 한동안 적막해졌다. 음식 냄새가 풍기지 않는 부엌은 소식이 끊긴 관계처럼 적적하다.     부엌이 갈등의 장소이던 시간을 거쳐 이즈음에 이르고 보니 부엌이 아늑하고 평화로운 장소임을 알게 된다. 음악을 들으며 장아찌를 담고 김치전을 부칠 때 부엌은 온갖 잡념을 버리고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앞쪽에 넓은 창이 있는 카페 같은 부엌을 갖는 게 소망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각각 제 방에서 숙제하고저녁 불빛 아래서 음식을 만들던 날들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진즉에 깨달았더라면 부엌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이 훨씬 빛났을 것이다. 궁리가 깊은 부엌이 되어 영혼을 다스리는 명품 레시피 하나쯤 개발되었을지도 모른다.     초밥의 명장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오노 지로는 90이 넘은 나이에도 완벽한 초밥을 만들기 위해 일과 사랑에 빠져 있다고 한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고령 요리사이기도 한데 영혼이 깃든 초밥을 만드는데 일생을 바치고도 늘 완벽한 초밥을 만들려는 노력을 쉬지 않는다고 한다.   시인은 시 말미에 “공기 속의 그릇들은 내 방의 책들보다 더 고요히 명징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읽다가 먼데 보는 얄팍한 은색銀色시집詩集 같고”라고 한다.   음식을 만드는 도구로서의 그릇이 담고 있는 명징한 내용은 은색 시집과 같다는 시인의 말은 영혼이 깃든 시를 쓰는 일이나 영혼이 깃든 음식을 만드는 일이나 다를 게 없는, 사랑에 관한 일이어서 훈훈하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궁리 부엌 한때 부엌 음식 냄새 장석남 시인

20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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